영유아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기침 증상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 백일해와 기관지염은 유사한 초기 증상으로 인해 혼동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질환은 원인, 전염성, 기침 양상, 치료 방식 등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백일해와 기관지염을 항목별로 비교하여 정확한 감별 진단과 대처법을 안내합니다.
원인 및 감염 경로의 차이
기침은 호흡기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며, 백일해와 기관지염 모두 영유아의 대표적인 기침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두 질환은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퍼투시스(Bordetella pertussis)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고도로 전염성 높은 세균성 감염병입니다. 주로 기침, 재채기를 통한 비말 감염으로 전파되며,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반면 기관지염은 대개 바이러스(예: RSV,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며, 일부 경우 세균이 이차 감염되기도 합니다. 전염성은 백일해보다는 낮고, 보통 상기도 감염이나 감기에서 이어지는 2차 감염 형태로 발병합니다. 기관지염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점액 분비가 많아지고 기도가 좁아지면서 기침이 유발됩니다. 영유아는 기도가 좁기 때문에 점액 배출이 어려워 더 심한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와 달리 백일해는 기침을 유발하는 독소를 분비하여 기도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침 양상 및 증상의 차이
두 질환의 가장 큰 차이는 기침의 양상과 동반 증상입니다. 백일해는 ‘발작적 기침(paroxysmal cough)’이라는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염 초기에 감기와 비슷하게 콧물, 미열, 재채기 등이 나타나지만, 1~2주 후부터는 갑작스럽고 격렬한 기침 발작이 반복됩니다. 기침 후 숨을 들이쉬며 ‘쌕’ 하는 굉음성 흡기(whooping sound)가 동반되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파래지는 청색증, 무호흡,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반면, 기관지염은 대개 점차적으로 심해지는 기침을 보입니다. 기침은 마른 기침에서 시작해 가래를 동반한 습성 기침(wet cough)으로 바뀌며, 야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침 외에도 호흡 시 ‘쌕쌕’거리는 천명음(wheezing), 가슴 답답함, 미열, 콧물, 코막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개 1~2주 이내에 호전됩니다.
치료 방법과 관리 전략 비교
백일해는 세균성 질환으로 항생제 치료가 필수입니다. 대표적으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예: 아지스로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등)를 사용하며, 증상이 시작된 후 3주 이내에 투약해야 전파 차단 효과가 큽니다. 하지만 이미 발작적 기침이 시작된 이후에는 항생제가 증상을 크게 완화시키지는 못합니다. 또한, 가족이나 밀접 접촉자에게도 예방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반면, 기관지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성으로 특별한 항생제 치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열이 동반될 경우 해열제, 기침 완화를 위한 수분 섭취, 가습기 사용 등의 대증 치료가 기본입니다. 호흡이 어렵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경우 병원에서 흡입 치료나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항생제가 사용됩니다. 예방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백일해는 DTaP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며, 생후 2개월부터 총 5회의 예방접종이 권장됩니다. 이에 반해 기관지염은 특정 백신이 없지만, RSV 예방을 위한 단클론 항체 주사(시놀릭스 등)가 일부 고위험군 영아에게 제공됩니다. 평소 손 씻기, 마스크 착용, 환기 등의 기본 감염 예방 수칙이 중요합니다.
백일해와 기관지염은 영유아의 대표적인 기침 원인이지만, 기침의 양상과 치료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발작적 기침, 청색증, 굉음성 흡기가 있다면 백일해 가능성을 고려해 즉시 병원에서 진단받으세요. 아이의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야간에 심하게 나타난다면 단순한 감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부모의 정확한 판단이 아이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