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천식은 기도의 만성 염증과 과민반응으로 인해 기침, 쌕쌕거림, 호흡곤란이 반복되는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패턴과 유발 요인, 약물 반응에서 차이가 분명합니다. 이 글은 소아천식의 초기 증상과 진단 과정, 가정에서의 관찰·관리 포인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부모가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처를 돕도록 구성했습니다.
소아천식의 주요 초기 증상
소아천식의 초기 신호는 대개 야간과 새벽에 심해지는 마른기침입니다. 수면 중 기도가 건조해지고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기침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잠들면 한두 시간 뒤부터 콜록거리거나 새벽녘에 깨서 기침을 반복하는 양상이 전형적입니다. 감기와 달리 발열·인후통이 뚜렷하지 않거나, 감기 뒤에도 3주 이상 기침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숨을 내쉴 때 휘파람 같은 소리(쌕쌕거림, wheezing)가 들리거나, 달리기·체육활동 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단서입니다. 꽃가루철, 황사·미세먼지 고농도 날, 찬 공기, 강한 향(방향제·세제·페인트), 담배 연기 노출 후 증상이 도드라지는지 살피세요. 아침 기상 직후 맑은 콧물·재채기와 함께 기침이 심해진다면 집먼지진드기·동물 비듬·곰팡이에 의한 알레르기 동반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기만 걸리면 기침이 오래 간다”, “밤만 되면 콜록거린다”, “웃거나 울 때, 뛰고 나면 기침이 폭발한다” 같은 반복적 표현은 초기 천식의 경고 신호로 기억할 가치가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부모·형제의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위험이 상승하며, 영유아는 증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므로 기침 시간대·호흡 패턴·수면 깨움 횟수 등 세밀한 관찰이 중요합니다.
진단을 위한 검사와 단계별 절차
소아천식 진단은 단일 검사로 확정하기보다 증상 패턴, 신체진찰, 기능검사, 알레르기 감작 여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먼저 문진에서 가족력, 증상 발생 시기, 계절성, 악화·완화 요인(운동, 감염 후, 실내먼지, 찬 공기), 야간 각성 여부, 구제약(기관지확장제) 사용 시 호전 정도를 확인합니다. 청진에서는 날숨에서 고음의 천명음이 들릴 수 있으나 증상이 잠잠할 때는 정상일 수 있어 반복 평가가 필요합니다. 폐기능검사(Spirometry)는 FEV1, FEV1/FVC로 기류제한을 확인하고, 기관지확장제 흡입 후 FEV1이 유의하게 개선되면 가역성이 입증되어 진단에 힘이 실립니다. 5세 전후 아이는 충분한 협조가 어려워 피크플로우(PEF) 추적, 호기산화질(FeNO) 측정, 증상·약물 반응 일지로 보조합니다. 알레르기 원인 검사는 피부단자시험이나 혈청 특이 IgE로 집먼지진드기·꽃가루·동물 비듬·곰팡이 감작을 확인하여 회피 전략과 항염 치료 설계를 돕습니다. 흉부 X-ray는 폐렴·이물 흡인·기형 등 감별 진단용이며, 천식 자체는 정상인 경우가 흔합니다. 진단이 모호할 때는 4~8주간 흡입 스테로이드(ICS) 또는 류코트리엔 조절제 시범 치료 후, 야간 기침·운동 내성·구제약 사용량·학교 결석·삶의 질 변화를 지표로 재평가합니다. 또한 운동유발 시험, 메타콜린 기관지유발 검사 등이 선택적으로 시행되며, 반복 악화와 동반 알레르기 질환(비염·피부염) 평가까지 아우르면 치료 반응 예측이 좋아집니다.
가정에서의 관찰 포인트와 초기 관리
가정 관찰과 환경 관리는 진단 정확도와 장기 예후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첫째, 증상 일기를 작성하세요. 날짜별로 야간/새벽 기침 여부, 운동 후 악화, 쌕쌕거림, 감기 뒤 지속 기간, 구제약 사용 시간·횟수·효과, 결석·야간 각성 횟수를 기록합니다. 둘째, 실내 환경을 정비합니다. 침구는 주 1회 55℃ 이상 온수 세탁, 매트리스·베개는 방진 커버 사용, 카펫·두꺼운 커튼·봉제인형은 최소화합니다. 하루 2~3회 환기하되 미세먼지 경보 시 창을 닫고 HEPA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세요. 반려동물은 아이 침실 출입을 제한하고, 욕실·베란다 곰팡이는 표면 소독으로 관리합니다. 셋째, 온·습도는 20~23℃, 40~60%를 유지해 기도 건조와 과민반응을 줄입니다. 넷째, 운동은 금지가 아니라 조절입니다. 준비운동·쿨다운을 충분히 하고, 추운 날 급격한 야외 전력질주는 피하며, 의사 지시에 따른 예방 흡입제를 활동 10~15분 전에 사용합니다. 다섯째, 약물 사용법을 정확히 익히되, 스페이서(흡입 보조기구)를 활용해 약물이 폐까지 도달하도록 하고, 흡입 스테로이드 후 가글로 구강 칸디다 등 부작용을 예방합니다. 여섯째, 응급 경고 신호를 숙지하세요: 말문이 짧아질 정도의 호흡곤란, 분당 호흡 수 급증, 흉곽 함몰, 입술·손톱 청색증, 구제약 반복 사용에도 3~4시간 내 호전 없음. 이러한 경우는 즉시 진료 또는 응급실 방문이 우선입니다. 평상시에는 정기 외래로 증상·폐기능·성장을 점검하고, 서면 ‘천식 행동계획서’를 받아 악화 단계별 대처(증상 증가 시 구제약 증량, 스테로이드 단기 증량, 병원 연락 시점)를 가족과 학교에 공유하면 재발 관리가 훨씬 체계화됩니다.
결론적으로, 소아천식은 감기와 닮았지만 ‘야간/새벽 기침, 유발 요인에 따른 반복, 기관지확장제 반응’이라는 퍼즐 조각이 맞춰질 때 본모습을 드러납니다. 증상 일기와 환경 관리가 조기 진단을 앞당기고, 맞춤 치료는 수면·학습·운동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패턴을 기록하고 필요 시 전문 진료를 서두르는 것이 우리 아이의 호흡을 가장 안전하게 지키는 길입니다.